• 에너지 위기를 넘는 길, 기술 기반 전환에 있다
  • 공급망 재편과 전기화로 여는 한국의 에너지 전환

  • 중동발 에너지 위기는 한국에 단기적 충격이지만, 동시에 에너지 체계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전환점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를 단순히 버티는 대응이 아니라, 위기를 계기로 에너지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전략이다.

     

    한국은 원유와 LNG의 상당 부분을 해외 해상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지정학적 변수는 곧바로 에너지 가격과 수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공급선을 다변화해 단기적 충격을 줄이는 것이다. 미국, 캐나다, 호주, 동남아 등으로 원료 도입선을 넓히고, 계약 구조와 물류 경로까지 함께 분산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는 이제 단순한 수입 문제가 아니라 산업 생존의 문제다.

     

    그러나 진짜 해법은 그보다 더 멀리 있어야 한다. 석유의 역할을 모두 대체할 수는 없지만, 수송과 난방처럼 최종 소비 단계에서 쓰이는 에너지는 전기화로 전환할 수 있다. 전기화란 자동차, 건물, 산업 설비에서 화석연료를 전기로 바꾸는 흐름을 뜻한다. 이 전환이 성공하려면 전력 자체가 깨끗하고 안정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므로,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고도화, 에너지저장장치, 수요관리 기술이 함께 가야 한다. 결국 전기화는 연료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에너지 시스템 전체를 새로 설계하는 일이다.

     

    한국은 태양광과 풍력의 자연 조건에서 유리한 국가는 아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기술 혁신이 더욱 중요하다. 한국은 자원이 부족한 대신 기술로 산업 경쟁력을 만든 나라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같은 전략이 필요하다. 해상풍력은 국내에서 대규모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재생에너지이며, 대형 터빈, 설치선, 항만 인프라, 계통 연계 기술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 태양광에서는 페로브스카이트 같은 차세대 기술이 중요한 돌파구가 될 수 있다. 높은 효율과 분산형 전원으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안정성과 내구성, 대면적 생산 기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의 에너지 위기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공급망 다변화, 중장기적으로는 전기화와 재생에너지 중심의 구조 전환, 그리고 이를 받치는 기술 R&D 강화로 정리할 수 있다. 위기를 견디는 데서 멈추면 다시 같은 충격을 반복해서 맞게 된다. 반대로 지금 기술과 제도를 함께 바꾸면, 에너지 위기는 한국이 새로운 산업 질서를 선점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에너지 안보와 산업 경쟁력은 이제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시대다.

  • 글쓴날 : [26-05-07 11:06]
    • 노형인 기자[rohhni@naver.com]
    • 다른기사보기 노형인 기자의 다른기사보기